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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미국발 망중립성 여파, 국내서도 '뜨거운 감자'
[기획]미국발 망중립성 여파, 국내서도 '뜨거운 감자'
  • 차종환 기자
  • 승인 2018.06.19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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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망중립성 존치 여부 주목
국내는 유지 기조…현실성 갖춰야

5G 도입시 트래픽 관리는 필수
‘무임승차’ 외국기업 견제 명분

투자-수익 주체 간극 좁히기 ‘핵심’
소비자 편익 극대화 접점 찾아야

미국이 망중립성 원칙의 폐지와 유지를 반복하며 세계 인터넷 시장의 향방을 안개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그간 오바마 정부가 유지해온 망중립성 원칙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미 상원 의회는 FCC의 망중립성 폐지를 무효로 만드는 의회검토법을 통과시켰다. 망중립성의 존폐 여부는 이제 하원의 의회검토법 통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만을 남겨둔 상태다.

망중립성은 각국의 ICT 생태계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두며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가 망중립성을 준수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가이드라인 수준의 강제력을 지닌 채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변화 양상에 국내 망중립성 원칙이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인터넷 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미국이기에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망중립성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인터넷 환경에 발맞춰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5G, 사물인터넷(IoT) 등을 기반으로 한 산업 융합의 기조 속에 기존 망중립성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망중립성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논리는 매우 명백하게 나뉜다.

망중립성을 지지하는 입장이자 망중립성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팀 우(Tim Wu) 교수는 인터넷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술의 혁신과 새로운 미래 산업의 창출을 위한 기반이 망중립성이라고 주장한다.

망중립성이 없다면 통신사업자가 임의로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자에게 망이용 대가를 받아 수익을 독식하고, 이는 곧 대가를 지불한 콘텐츠 사업자만이 트래픽에 우선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 중소 콘텐츠 사업자의 생존력이 잠식될 우려가 있다.

최종적으로는 통신사업자에 지불한 망사용 대가를 회수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콘텐츠 비용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망중립성을 반대하는 진영은 펜실베니아 대학의 유(Yoo) 교수가 꼽힌다. 그는 서로 다른 망 소유자들이 서로 다른 트래픽 라우팅 접근 방식을 추구할 수 있도록 ‘망 다양성(Net Diversity)’ 원칙을 수용하는 것이 경쟁과 혁신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네트워크의 진화와 이용자 간 차별적인 수요를 고려하면 인터넷을 하나의 단위로 운용하는 것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원칙에 배치된다는 설명이다.

즉, 동영상 등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일수록 통신사업자와 협의를 통해 끊김없는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고객 선호도를 반영한 맞춤형 ‘제로 레이팅’ 서비스나 특정 요금제를 만듦으로써 사용자 편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망중립성이 강제력이 큰 국제법 등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국가별 인터넷 환경에 맞게 자체 운영되고 있는 만큼, 우리는 국내 실정에 맞는 망중립성 이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5G통신 시장에서 망중립성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5G는 ‘초연결(Hyper-Connected)’이라는 전에 없던 통신 환경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말 그대로 세상 모든 것을 통신으로 연결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각 산업에 통신을 접목할 때 요구되는 성능이 같을 리 만무하다. 가장 대표적인 5G 서비스로 평가되는 자율주행의 경우, 실시간 정보처리라는 요구사항에 맞게 초저지연 성능이 가장 우선시 된다. 하지만 UHD 영상 스트리밍에 초저지연 성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스트리밍 속도 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약간 더 빠르기만 해도 서비스 이용에 큰 불편이 없다.

즉, 각 서비스의 특성에 따라 트래픽 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통신사업자가 트래픽 성능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망중립성 폐지에 무게중심이 더 실리는 이유다.

또 하나의 이슈는 구글, 페이스북 등 외국기업이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망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무임승차’ 논란이다.

통신사업자는 망 설비라는 고정비용으로 인해 사업 초기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

그런데 정작 가장 크게 망 설비 투자를 유발하는 구글 등이 망사용료를 내지 않으니, 통신사업자로선 억울할 만하다. 망중립성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기조 위에선 이들에게 망사용료를 요구할 명분조차 사라지는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국내 거대 콘텐츠 사업자들은 일정 부분 망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중립성이 보편적 표현의 자유와 정보이용의 평등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은 모든 사업자와 소비자가 공감하는 바다. 하지만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업체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것 또한 시장 경제의 당연한 논리다.

결국 현재의 망중립성은 ‘유지’나 ‘폐지’의 극단을 달리기보다 ‘완화’ 혹은 ‘수정’하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도 지난해 12월, 완전한 의미에서의 망중립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국내에서 망중립성 원칙이 충돌을 빚는 가장 큰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하는 주체와 수익을 얻는 주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 간극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앞으로 망중립성 재정립의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4차산업혁명의 근간으로서 5G 통신의 필요성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부담을 오로지 통신사업자에게만 지우는 것이 타당한지, 광고와 검색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콘텐츠 사업자가 분담해야할 비용은 없는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의 통신요금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 거대한 사회적 반발에 부딪힐 것이 뻔하다.

망중립성 유지와 폐지 사이 가장 합리적인 접점을 찾고,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편익 극대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업계의 면밀한 합의가 필요한 때다.

<알아봅시다> 망중립성

망중립성(Net Neutrality)이란, 통신사업자는 모든 인터넷 기업의 콘텐츠를 차별 없이 송·수신 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터넷을 하나의 공공재로 인식하는 관점이다.

망중립성이 유지된다면 가입자가 어느 기업의 서비스에 가입돼 있든 동일한 품질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예로, KT고객이 SK텔레콤의 서비스를 사용한다 할지라도 SK텔레콤 고객과 다를 바 없는 서비스 품질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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