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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탈통신은 내가 할게, 통신은 누가 할래?"
[기자수첩] "탈통신은 내가 할게, 통신은 누가 할래?"
  • 최아름 기자
  • 승인 2023.11.12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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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정보통신신문 기자.
최아름 정보통신신문 기자.

[정보통신신문=최아름기자]

수년 전 인터넷에서 "OO는 내가 할께, XX는 누가 할래?"라는 유행어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20년도 지난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에피소드 중 하나에 나온 대사가 시작인데, 개그우먼 박미선이 극중 딸 '미달'이의 방학 숙제를 하면서 "스토리는 내가 짤게, 글씨는 누가 쓸래?"라고 한 대사가 인터넷상에서 확대, 재생산되면서 화제가 된 것이다.

예로는 "술은 내가 마실게, 술값은 누가 낼래?", "퇴근은 내가 할게, 출근은 누가 할래?", "채팅방은 내가 만들게, 조별 과제는 누가 할래?" 등이 있겠다. 기세로는 일을 주도하는 듯하지만, 정작 중요한 역할은 피해가는 말장난에 많이 활용됐다.

”통신사업(TELCO)은 통신망부터 준비하는 ‘인프라 퍼스트’의 접근이 아닌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발굴, 제시하는 ‘디지털 서비스 퍼스트’의 접근을 해야 한다.“

지난 9월 갓 취임한 김영섭 KT 대표가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컨퍼런스' 기조 연설에서 한 말에서 글머리의 유행어가 생각났다.

통신사업에서조차 '인프라 퍼스트'가 되지 못한다면, 통신 인프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책임질 주체는 누구인가.

김 대표의 선언을 방증하듯 7일 KT가 발표한 3분기 설비투자를 보면, KT는 올해 3분기까지 통신망에 1조6000억원, IDC, 클라우드, AI 등 신사업에 6258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 4620억원, 2021년 6920억원, 2022년 7820억원으로 규모와 비중을 늘리던 신사업 분야 투자는 이제 통신망 투자의 40%를 넘어서며 주객 전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통신사가 ‘탈통신’한 통신서비스의 만족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해 펴낸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5G 서비스 이용자들의 전반적 만족도는 23%로 매우 낮았는데, 불만족의 가장 큰 이유는 ‘LTE와 비슷한 속도(55%)’였다.

또 LTE 이용자 중 향후 5G 서비스를 가입할 의향이 있는 이용자 비중은 32%로 전년도의 38%보다 하락했는데, 이들이 1위로 선택한 이유가 '최신폰은 대부분 5G용이라서(58%)'였다. 3분기 연속 합산 1조원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통신3사의 호실적의 주요 요인이 늘어나고 있는 5G 가입자임을 고려할 때, 통신3사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5G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통신사는 AI, 클라우드 등 ‘탈통신’ 투자를 통해 네트워크를 지능화, 고도화하면 수조원의 설비투자 없이 5G 품질을 개선할 수 있기에 일거양득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렇다면 LTE의 1.5배에 달하는 비용을 매달 지출하며 낮은 속도를 유지하는 5G 요금을 반강제적으로 가입하고 있는 가입자들은, AI가 고도화되고 그 기술이 통신망에 적용될 때까지 이를 감내하며 하세월 기다리란 말인가.

낡은 생각과 구습을 탈피하고 도전해야 살아남는 디지털 전환 시대 흐름에 발맞춰 신사업에 진출하고 사세를 키워가려는 통신사의 행보에 태클을 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는 탄탄한 통신 네트워크와 기술을 기반으로 여기에 신기술, 신사업을 덧붙이는 형태가 돼야 맞지 않나. 옛말에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머리가 어질해지는 통신사의 행보에 속담까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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