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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화면, 겹쳐 보이는 사물…실성능 확인하지 않은 탓"
"뿌연 화면, 겹쳐 보이는 사물…실성능 확인하지 않은 탓"
  • 박광하 기자
  • 승인 2022.03.20 19: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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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신청사 영상회의시스템 품질 논란

경기주택도시공사 1월 발주
성능평가 없이 관급자재 구매

네덜란드 방송카메라 도입
타지자체 장비와 품질 큰 차이

전문가 "렌즈 품질 문제"
업계 "성능 품질 검사 필요"
건설 중인 경기도 광교 신청사 전경. [사진=경기도]
건설 중인 경기도 광교 신청사 전경. [사진=경기도]

[정보통신신문=박광하기자]

지난해 1월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경기도신청사 건립공사 관급자재 영상회의시스템 구매' 사업에서 방송 촬영 카메라를 도입했다가 영상 품질 불량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에 대해 방송장비 업계에서는 GH가 제품 성능·품질평가 절차가 없는 입찰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GH는 해당 물품구매 사업에서 적격심사 방식으로 낙찰자를 결정했다. '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정기준'에 따르면, 물품구매 적격심사는 △물품납품 이행능력 △입찰가격 △신인도 등을 평가해 최고 득점자가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납품할 제품들이 규격서 상의 사양을 만족하고, 제품 간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 사업에서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방송 촬영 카메라의 경우에는 제품별 성능·품질 편차가 크다. 촬영 장비는 어떤 이미지 센서, 데이터 처리 칩셋, 렌즈를 채택했는지에 따라 결과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정밀하게 가공되지 않은 렌즈가 사용될 경우에는 영상에 안개가 낀 듯이 흐릿하거나 사물이 겹쳐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방송 촬영 카메라 등 전문적인 장비를 도입하려는 기관은 BMT 등 성능·품질평가를 거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GH는 성능평가 절차가 없는 방식으로 네덜란드 A사의 방송 촬영 카메라를 도입하고 말았다. 이는 설치 이후 장비 운용 과정에서 촬영 영상 품질 문제를 낳았다.

방송장비 업계에서는 GH가 이 같은 입찰 방식을 선택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0억원 이상의 물품을 구매하는 데 실성능을 검증하지 않는 점을 두고, 업계에서는 '사업 관련자들 사이에서 어떤 부조리가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마저 제기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GH가 사전에 적절한 입찰 방식으로 성능·품질평가를 시행했더라면 영상 품질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경기도신청사의 영상회의시스템으로 촬영한 영상을 확인해보면, 초점이 맞지 않거나 화면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사물이 겹쳐 보이는 문제도 발견된다.

이는 다른 지자체의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광주광역시의회는 지난 2018년 일본 S사의 방송 촬영 카메라를 채택해 운용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2019년 국산 H사의 장비를, 진주시의회는 2020년 국산 T사 솔루션을 도입했다.

이들 지방의회 영상회의시스템 영상 품질은 색표현력, 선명도, 노이즈 등에서 양호했다.

광주광역시의회 회의 영상.
광주광역시의회 회의 영상.
제주도의회 회의 영상.
제주도의회 회의 영상.
진주시의회 회의 영상.
진주시의회 회의 영상.
경기도 광고 신청사에서 촬영된 경기도의회 회의 영상
경기도 광고 신청사에서 촬영된 경기도의회 회의 영상
경기도 광고 신청사에서 촬영된 경기도의회 회의 영상
경기도 광고 신청사에서 촬영된 경기도의회 회의 영상

한편, GH로부터 영상회의시스템을 인수 받아 운영하는 경기도의회는 영상 품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본회의 등을 실시간 중계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방송장비 업계에서는 "GH, 경기도, 경기도의회가 도민들을 대상으로 유료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서비스부터 성급하게 개시한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촬영 영상의 품질 문제에 대해 국내 방송장비 제조 기업들은 "카메라의 센서나 렌즈 등 광학 부품 탓으로 발생한 문제"라며 "전문가에 의한 튜닝을 실시하더라도 제품 자체가 지닌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상장비 기술자는 통화에서 "줌 기능을 갖춘 촬영 카메라는 광학 렌즈가 앞뒤로 이동하며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며 "이미지 처리 칩셋의 데이터 처리 알고리즘, 렌즈의 코팅 기술력, 제어 센서의 작동 정밀성 등에 따라 촬영 영상 품질은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청사 영상회의시스템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검은 바탕의 명패에 흰 글씨로 적힌 이름이 겹쳐 보이는 현상이 발견된다"며 "이것은 렌즈에서 왜곡이 일어나 발생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외산 장비를 수입·유통하는 기업이라면 광학 모듈을 튜닝하거나 추가 가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경기도 광고 신청사에서 촬영된 경기도의회 회의 영상 화면 일부. 사물이 겹쳐 보이는 고스트(Ghost) 현상과 화면이 뿌옇게 보이는 포그(Fog) 현상이 두드러진다. 붉은 선은 고스트 현상 이해를 돕기 위해 표시했다.
경기도 광고 신청사에서 촬영된 경기도의회 회의 영상 화면 일부. 사물이 겹쳐 보이는 고스트(Ghost) 현상과 화면이 뿌옇게 보이는 포그(Fog) 현상이 두드러진다. 붉은 선은 고스트 현상 이해를 돕기 위해 표시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장비 등 다른 제품 때문에 영상 품질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유하자면 각막에 문제가 생겼는데 뇌수술을 하자는 격"이라며 "GH가 제품을 잘못 도입하고서 연목구어식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방송산업은 디지털 영상·음향 정보의 증가, 네트워크를 이용한 원격 제어, 다양한 IP 서비스 등으로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는 만큼, 방송장비 구축·운영을 하려는 공공 기관에서는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받고 납품 예정 제품의 성능·품질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며 "외산 장비라고 해서 검증 없이 덮어놓고 사용하는 잘못된 관행은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기도신청사에 설치된 방송 촬영 카메라가 스프링클러헤드에 지나치게 인접해 있다.
경기도신청사에 설치된 방송 촬영 카메라가 스프링클러헤드에 지나치게 인접해 있다.

아울러, 신청사에 설치된 네덜란드산 방송 촬영 카메라의 주요 구성품이 중국산 제품과 동일하다는 주장도 제기돼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제보자들은 해당 카메라의 렌즈, 센서, 메인보드 등의 주요 구성품이 중국 M사의 제품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카메라 껍데기(케이스)만 다를 뿐 주요 구성품은 중국산 M사 것"이라며 신청사 방송 촬영 카메라의 영상 품질 문제가 이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는 의혹을 꺼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방송 촬영 카메라 설치 과정에서 소방설비 법규 위반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방청 고시인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NFSC 103)'에 따르면, 스프링클러헤드는 살수 시 방해를 받지 않도록 헤드 반경 60cm 이상의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그런데, 경기도의회에 설치된 방송 촬영 카메라의 경우 스프링클러헤드와 지나치게 가깝게 설치돼 있다. 화재 시 스프링클러 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화재가 확산돼 피해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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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2022-03-21 04:30:55
검증된 일본 제품 일부러 배제해서 그런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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